한국사회

강의실과 술자리 가리지 않은 교수의 두 얼굴…동국대 발칵 뒤집은 대자보 한 장

 동국대학교의 한 교수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학생들에게 수년간 부적절한 언행과 신체 접촉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터져 나와 학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동국대 문화유산학과 학생회는 지난 20일, 학내 게시판에 A 교수의 성희롱 및 성추행 의혹을 고발하는 대자보를 게시하며 사건을 공론화했다. 학생들은 이 대자보를 통해 A 교수가 2023년부터 올해까지 2년에 걸쳐 공개적인 학술 답사, 강의 시간, 그리고 사적인 술자리 등 장소와 상황을 가리지 않고 학생들을 상대로 위력을 이용한 성희롱, 성추행, 언어적 모욕을 반복적으로 자행했다고 주장하며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호소했다.

 

학생들이 그동안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신설 학과라는 구조적인 취약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해당 학과는 2022년에 처음 개설되어 아직 졸업생조차 배출하지 못한 상태로, 학과 내 인맥이나 기댈 수 있는 선배 그룹이 전무했다. 이런 특수한 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교수가 자신들의 취업과 대학원 진학 등 미래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압박감에 짓눌려 있었다. A 교수의 부당한 행위를 인지하고도 섣불리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결국 고립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마지막 저항 수단은 공동체의 이름으로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대자보였던 셈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대학 당국은 신속하게 대응에 나섰다. 교내 인권센터는 이미 지난 3월 관련 신고를 정식으로 접수하고, 곧바로 신고인과 피신고인인 A 교수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해왔다. 학교 측은 단순 조사를 넘어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도 단행했다. 올해 1학기부터 A 교수를 해당 학과 모든 수업에서 즉시 배제했으며, 파장이 커지자 2학기부터는 그가 담당하던 다른 학과 대학원 수업에서도 모두 제외하며 강단에 설 수 없도록 했다. 이는 징계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이라도 학생들과의 물리적 분리를 통해 추가 피해를 막겠다는 단호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제 모든 시선은 A 교수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에 쏠리고 있다. 학교 측은 인권센터의 조사를 바탕으로 A 교수에 대한 징계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한 상태이며, 다음 달 초에는 관련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가해 교수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며 이사회의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성의 상징이어야 할 대학에서 발생한 이번 권력형 성범죄 의혹이 어떤 결론을 맺을지, 그리고 이번 사태가 상아탑 내부에 만연한 그릇된 위계 문화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