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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아는 클리셰인데,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는 '눈물의 여왕'

 성격 나쁜 재벌 3세와 밝고 착한데 할 말은 하는 평범한 사원 커플. 신데렐라가 떠오르는 클리셰적인 구도에 이어 재벌 3세가 시한부라고 하면, 클리셰의 절정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도 '신선하다'는 호평을 받으며 첫 회 6%였던 시청률이 13%까지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한 드라마 '눈물의 여왕'은 클리셰를 과감하게 비틀어서 소비함으로 오히려 신선함을 준다.

 

가장 크게 비튼 것은 성별이다. 재벌 3세는 여자고 밝고 착한 사원은 남자다. 백마 탄 왕자가 아닌 백마 탄 '여왕'이다. 그런데 그 뿐만이 아니다. 

 

재벌 3세, 홍해인 집안에서 제사를 준비하면 사위들이 다 한다. 하버드 화학 전공이었던 사위가 전이 속까지 익었는지 살펴보고, 세계적인 디자인 스쿨을 수료한 사위가 음식 모양을 다듬고, 루브르 박물관에 조형물을 세운 건축가 사위는 동그랑땡을 예쁘게 쌓아 올린다.

 

해인의 남동생은 매형이 구운 전을 집어먹으며 "왕가나 뼈대 있는 가문의 제사 준비는 원래 남자들이 다 했대"라는 말을 보탠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명절에 일하는 며느리 옆에서 얄미운 소리 하는 시누이가 남자 버전이 된 것이다.

 

가족 모임에서 출산의 압박이 들어오면 아내인 해인은 가만히 있는데, 남편인 현우가 괜히 안절부절 못한다. 장인은 이미 외손녀 이름을 '홍수빈'으로 정해놨다고 하자 현우가 조심스럽게 "백수빈이 아니라 홍수빈인가요"라 묻고, 이에 대한 답으로는 "호주제도 폐지됐는데 아빠 성만 따르면 고리타분한 것 같은데. 엄마 성 붙이는 거 별로인가?"라며 면박이 날아온다. 

 

단순한 성별 전복이 아니다. 드라마 속 현우는 과수원도 하고 슈퍼마켓도 운영하는 집안의 아들인 데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실력 있는 변호사다. 그러나 해인이 속한 재벌을 기준에 세우면 현우는 초라해질 뿐이다. 

 

이런 반전된 설정을 제외하면 전통적인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의 공식을 잇고 있다. 해인은 전용기를 타고 현우에게 오더니 "절대 당신 눈에서 눈물 나게 안 할게"라질 않나, 매형을 무시하는 남동생을 뒤에서 제압한다. 현우도 로맨스에서 인기 있는 캐릭터인 '후회남주(잘못을 저지른 뒤 후회하고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는 남자 주인공)'다.

 

김선영 드라마 평론가는 "어떤 성별 위계보다 계급이 우선되는 사회로, 재밌긴 한데 너무 현실적이라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작가가 클리셰를 정말 잘 활용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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