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잠실 개표소 8일째 봉쇄, 시위대 무단 검문 '활개'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문제로 촉발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점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현장의 무법천지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개표소 봉쇄가 8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스스로를 부정선거 감시단이라 칭하는 시위대는 경기장 출입 인원에 대해 영장 없는 몸수색과 소지품 검사를 강행하며 공권력을 대행하는 듯한 위태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행동이 오히려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법치주의를 흔드는 모순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위 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 사태는 취재진과 일반 시민, 심지어 어린 선수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현장을 취재하던 방송사 기자가 안경을 빼앗기고 태극기 봉으로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8일에는 훈련 물품을 챙기려던 핸드볼 주니어 국가대표 선수들이 시위대에 가로막혀 강압적인 신원 확인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평화 시위를 표방하던 초기 모습은 사라지고, 자신들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거나 시설을 이용하려는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재하며 물리력을 행사하는 양상으로 변질됐다.

 


경기장 내에 터를 잡은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들의 업무 마비 상태도 심각한 수준이다. 일주일 넘게 이어진 출입문 봉쇄로 인해 직원들은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참다못한 체육인들이 업무 정상화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시위대는 마이크 선을 뽑거나 관계자들에게 돌진하며 위협을 가했다. 공공시설이 특정 집단의 점거로 인해 본래의 기능을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통한 해결은커녕 폭력적인 방해 행위만 반복되면서 입주 단체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현장을 지키는 경찰을 향한 모욕과 조롱도 일상이 됐다. 시위 참가자들은 경계 근무 중인 경찰관들에게 "가짜 경찰"이나 "중국 공안" 같은 모욕적인 언사를 퍼붓는가 하면, 대형 태극기를 이용해 시야를 가리는 등 정당한 공무 집행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국가의 법질서를 수호해야 할 경찰이 현장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휘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의 요건 미비와 참정권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법률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명백한 불법 행위로 규정하며 경찰의 즉각적인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특정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모임이라는 이유로 집시법 적용이 어렵더라도, 타인의 출입을 막고 소지품을 검사하는 행위는 형법상 강요와 업무방해, 폭행죄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공공기관의 업무를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행위는 현행범 체포 요건을 충족함에도, 공권력이 헌법상 기본권 침해라는 프레임에 갇혀 범법 행위를 방치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논란이 확산되자 경찰청은 사태 발생 8일 만에야 불법 행위자에 대한 엄정 수사 방침을 밝히며 뒷북 대응에 나섰다.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폭행과 명예훼손 등 현장에서 벌어진 위법 사항을 끝까지 추적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일주일 넘게 법 집행의 공백을 경험한 시민들 사이에서는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경찰이 선포한 '법적 책임'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의 질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향후 수사 과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