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죽음의 크루즈' 혼디우스호, 한타바이러스 확산 비상
남미 아르헨티나를 출발해 대서양을 항해하던 크루즈선 MV 혼디우스호가 한타바이러스라는 치명적인 암초를 만났다. 지난달 출항 이후 선내에서 의문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시작된 이번 사태는 결국 전 세계 20여 개국 승객 122명이 하선하여 각국으로 흩어지는 초유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스페인령 테네리페 섬에 마지막 승객들이 발을 내디뎠지만, 이들을 맞이한 것은 환영 인사가 아닌 삼엄한 방역 체계와 기나긴 격리 생활의 시작이었다.세계보건기구(WHO)의 최신 발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한타바이러스 확진자는 총 7명으로 늘어났으며, 이 중에는 귀국길 항공기 안에서 증상이 발현된 프랑스 승객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 보건 당국 역시 네브래스카로 이동하던 승객 중 한 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스페인에서도 격리 중이던 자국민 1명이 무증상 확진자로 판명되었다. 이미 선내와 하선 직후 발생한 사망자 3명을 포함해 인명 피해가 가시화되자 국제 사회의 긴장감은 극도로 높아진 상태다.

이번 집단 감염의 원인균은 남미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안데스 변종’ 한타바이러스로 확인되었다. 스페인 보건부는 유전자 분석 결과 기존에 알려진 변종과 일치하며 새로운 변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안데스 변종은 일반적인 한타바이러스와 달리 밀접 접촉 시 사람 사이에서도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크루즈선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장기간 함께 생활한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잠재적인 감염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바이러스의 긴 잠복기를 고려해 유례없이 강력한 격리 지침을 하달했다. 프랑스 정부는 음성 판정을 받은 승객들에게도 최대 6주에 달하는 42일간의 자택 격리를 명령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거액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영국 또한 맨체스터로 귀국한 승객들을 전용 병원에 격리하고 상태를 정밀 평가한 뒤, 총 45일간의 자가 격리 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는 일반적인 감염병 격리 기간을 훌쩍 뛰어넘는 조치로,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최장 8주에 달한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의료 시설이 부족한 오지에 거주하는 승객에 대해서는 군사 작전까지 동원되고 있다. 남대서양의 외딴섬 트리스탄다쿠냐로 돌아간 영국인 의심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영국 국방부는 공수부대와 군의관을 현지에 급파했다. 비행장이 없는 섬의 특성상 신속한 의료 지원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내려진 특단의 조치다. 미국 역시 네브래스카대학의 국립검역시설을 가동해 귀국 승객들을 집중 관리하는 등 한타바이러스의 본토 유입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잠복기가 끝나는 시점까지 추가 확진자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40일 만에 승객을 모두 내려주고 로테르담으로 향하는 혼디우스호는 방역의 끝이 아닌 새로운 확산의 시작점을 상징하게 되었다. 전 세계 보건 당국은 이제 각지로 흩어진 승객들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크루즈발 집단 감염이 지역 사회 대유행으로 번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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