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가장 기뻐야 할 '서점의 날'에…전국 서점가에서 곡소리 터져 나온 사연

 11월 11일 '서점의 날'을 맞아 전국의 서점과 출판계가 한목소리로 지역 서점의 생존과 문화적 가치를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와 대한출판문화협회를 비롯한 11개 관련 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지역 문화 생태계의 실핏줄이자 뿌리 역할을 하는 동네 서점의 공공적 기능을 정부가 인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실질적인 예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의 목소리에는 단순한 이익 추구를 넘어, 풀뿌리 문화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절박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이들 단체가 정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내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지난 정권에서 지역 서점 활성화와 관련된 문화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현장은 극심한 혼란과 좌절을 겪어야만 했다. 올해 들어 해당 예산이 다시 복원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한번 무너진 신뢰와 정책의 비일관성이 남긴 상처는 여전하다. 정부의 줏대 없는 인식과 오락가락하는 정책이 현장에 초래한 혼선과 부작용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으며, 이는 지역 서점들이 안정적인 미래를 계획하기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서점·출판계는 지역 서점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두 가지 핵심 의제를 제시했다. 첫째는 지역 서점의 핵심 동력이 되는 '출판' 생태계 자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좋은 책이 꾸준히 출판되지 않는다면 서점 역시 존재 의미를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째는 바로 '도서정가제'의 유지와 보완이다. 과도한 가격 경쟁이 불러올 공멸을 막고, 소규모 지역 서점들이 대형 자본에 맞서 최소한의 생존 기반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도서정가제는 단순한 가격 정책을 넘어 문화 다양성을 지키는 필수적인 안전장치라고 이들은 강조했다.

 

결국 이들의 요구는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지식과 문화를 전파하는 최소한의 보루를 지켜달라는 외침과 같다. 지역 서점이 사라진 자리는 단순히 빈 상점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구심점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지역 서점의 존재 가치를 단순히 경제적 잣대로만 평가해서는 안 되며, 미래 세대를 위한 문화적 자산을 보존하고 가꾸는 차원에서 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과 장기적인 비전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서점의 날'에 울려 퍼진 이들의 호소가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관심과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