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경제

1년에 신차 3종 출시, 중국 전기차 안전한가

 중국 자동차 시장 내에서 점유율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이 극한으로 치닫으면서, 충분한 안전 검증을 거치지 않은 이른바 '급조 자동차'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지 경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중국에서 출시된 신규 차종은 무려 165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불과 10년 전인 2016년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두 배 가까이 폭증한 수치다. 과거 내연기관차 시절 5년 이상 소요되던 신차 개발 주기는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며 2년 안팎으로 대폭 단축됐으며, 일부 제조사는 1년에 3종의 신차를 내놓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차량 한 대가 시장에 나오기 위해서는 디자인부터 부품 매칭, 실제 도로 주행 테스트 등 수십 단계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며, 물리적으로 최소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일부 업체들은 제품 출시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필수적인 검증 단계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하고 있다. 실제 도로에서의 테스트 횟수를 대폭 줄이는 대신 컴퓨터 시뮬레이션에만 의존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는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시장 선점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그만큼 차량의 완성도와 안전성에는 치명적인 결함을 남길 수 있다.

 


업계 내부에서도 이러한 행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베이징현대의 리펑강 총경리는 최근 열린 자동차 포럼에서 일부 브랜드가 출시 기한을 맞추기 위해 필수 테스트를 건너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방식이 결국 차량을 구매한 고객을 테스트 인력으로 전락시키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꼬집으며, 향후 막대한 잠재적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일부 중국 제조사 CEO들은 개발 기간 단축이 기술 혁신의 결과일 뿐이라며, 단순히 시간만으로 품질을 예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현재 중국의 국가 표준은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의 신뢰성 주행시험 거리를 1만 5,000km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관계자들은 이 정도 거리로는 차량의 고장 유무를 완벽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매일 500km씩 주행할 경우 두 달이면 채울 수 있는 분량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신차가 이 기준을 초과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시 후 각종 고장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중국 당국은 시험 주행거리를 3만km로 늘리는 표준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더 큰 문제는 국가 표준이 최소 주행거리만 명시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시험 방식에 대해서는 제조사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한 전기차 업체는 문손잡이 내구성 테스트의 80%를 실제 부품이 아닌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실제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무시한 채 데이터상으로만 합격점을 받은 부품들이 양산차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시뮬레이션과 실제 시험의 비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제조사들은 속도전에만 매몰되어 있다.

 

결국 중국 자동차 업계의 과도한 속도 경쟁은 소비자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 되고 있다. 기술력의 진보가 아닌 검증의 생략으로 얻어낸 짧은 개발 주기는 장기적으로 중국 자동차 브랜드 전체의 신뢰도를 갉아먹는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의 양적 팽창에만 집중한 나머지 질적 성장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제조사들이 스스로 검증 절차의 완전성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