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제주 습지에 콘크리트? 서귀포시 매립 논란

 제주 서귀포시 화순 연안의 생태 습지가 반려동물 전용 수영장 조성을 위해 콘크리트로 매립되면서 지역 사회에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제주녹색당을 비롯한 지역 정당과 환경 단체들은 15일 서귀포시청 앞에서 연달아 기자회견과 성명을 발표하며 자연의 보고를 훼손한 행정 당국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생태적 가치가 높은 연안 습지에 콘크리트를 부어 메운 행위를 '위선적 환경 파괴'로 규정하고, 훼손된 현장의 즉각적인 원상복구를 촉구하고 나섰다.

 

논란이 된 화순 연안 습지는 제주도가 공식적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21개 연안 습지 중 하나로, 용천수가 흘러드는 독특한 생태계를 유지해 온 곳이다. 과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곳은 은어와 뱀장어 등 수많은 담수 어류가 서식하는 생물 다양성의 산실로 확인된 바 있다. 특히 환경부 지정 법정보호종인 기수갈고둥의 서식이 확인된 해양생태도 1등급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행정 당국이 이용자 편의만을 고려해 무리한 토목 공사를 강행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 사회는 습지가 가진 탄소 흡수와 수질 정화 등 핵심적인 생태적 기능을 무시한 채 공론화 과정도 없이 공사를 진행한 점을 문제 삼았다. 수백 년간 주민들이 공유해 온 용천수 공간이 반려동물 특화 해수욕장이라는 명목하에 특정 용도로 전용되면서 생태계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었다는 주장이다. 환경 단체들은 공사 추진 경위와 환경 영향 검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책임자 처벌과 함께 대대적인 복원 대책 마련을 강력히 압박하고 있다.

 

반면 서귀포시는 이번 사업이 마을회의 건의를 수렴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된 정비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환경 단체가 제시한 해양생태도 자료가 현재의 현황과 차이가 있으며, 1등급 지역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 행위 자체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한 신규 시설 설치가 아닌 기존 인공 수로를 정비하는 과정이었으며, 보호종 서식이 추정되는 하류 구간은 공사 대상에서 제외해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귀포시는 아이들과 반려동물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바닥면 일부를 콘크리트로 포장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토사 퇴적과 갈대의 무분별한 번식을 막기 위한 조치였으며, 현재는 콘크리트 위로 다시 물길이 연결되어 기능상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해당 사업은 총 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화순리 공유수면 일대에 반려견 물놀이장과 놀이터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하지만 행정 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환경 훼손에 대한 도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멸종위기종의 서식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콘크리트를 타설한 행위 자체가 제주의 자연 가치를 훼손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환경 단체들은 서귀포시의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공사 중단과 원상복구가 이뤄질 때까지 단체 행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혀, 반려동물 시설 조성을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