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차단해도 또 온다, 유권자 괴롭히는 무차별 선거 문자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임박하면서 유권자들의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선거 홍보 문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도지사와 교육감은 물론 기초의원 후보들까지 가세해 하루에도 수십 통씩 쏟아붓는 이른바 '문자 폭탄'은 이제 일상적인 업무와 휴식을 방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자 간의 치열한 경쟁이 정책 대결보다는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비방전으로 흐르면서, 유권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저질스러운 네거티브 공방의 강제적 관객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실제로 유권자들이 받는 메시지의 상당수는 'Web 발신'이나 저장되지 않은 번호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전송되고 있다. 충남 지역의 한 시장 선거에서는 후보자의 과거 법적 논란을 부각하며 자질을 의심케 하는 공격성 문자가 기승을 부렸고, 교육감 선거 역시 진보와 보수 진영 간의 이념 대립을 자극하는 자극적인 문구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유권자들은 후보가 누구인지, 어떤 공약을 내세웠는지보다 누가 더 심하게 상대를 욕하는지를 먼저 알게 되는 기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무차별적인 문자 발송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이나 오픈채팅방에 유권자들을 무작위로 초대하는 행태도 불만을 키우는 요인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출근부터 퇴근 이후까지 이어지는 알림 소리에 "차단해도 번호만 바꿔서 다시 오는 스팸과 다를 바 없다"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민주주의의 축제가 되어야 할 선거가 오히려 유권자들에게는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디지털 공해로 전락하면서, 정치적 참여 의지마저 꺾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큰 논란은 유권자들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후보자들의 손에 들어갔느냐는 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번호를 제공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연고도 없는 타 지역 후보로부터 문자를 받거나 일면식도 없는 캠프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후보 측은 당원 명부나 과거 활동 중 확보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연락처가 공유되거나 단체 명부가 무단으로 유통되었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는 수집 목적에 맞게 동의를 얻어 사용해야 하지만, 선거 정국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무력화되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후보 측이 적법하게 번호를 확보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유권자가 수신 거부 의사를 밝힌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행위는 법적·윤리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는다.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이 고질적인 문제는 현행 선거법이 유권자의 사생활 보호보다 후보자의 홍보 자유에 지나치게 관대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결국 정치권 안팎에서는 선거 문자 발송 횟수를 엄격히 제한하고 연락처 취득 경로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대 비방에 치중한 대량 발송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질을 떨어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선거운동의 자유가 유권자의 평온한 삶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신 거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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