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오커스 3국, '해저 전장' 지킬 무인 드론 공동 개발

 미국과 영국, 호주 3국이 안보 협의체 오커스를 통해 해저 케이블과 파이프라인 등 핵심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무인 해저 차량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3국 국방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회담을 통해 내년부터 무인 해저 장비를 실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95% 이상을 담당하고 국제 금융 거래와 클라우드 서비스의 중추 역할을 하는 해저 인프라가 러시아, 중국, 이란 등 적대 세력의 새로운 공격 목표가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이번에 개발되는 해저 드론은 첨단 센서와 무기 체계를 결합해 정찰과 타격 능력을 동시에 갖출 예정이다. 오커스는 이 장비들이 대잠수함전과 기뢰 대응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해저 깊숙이 매설된 통신망과 에너지관을 겨냥한 위협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장관은 해저를 명백한 전장으로 규정하며, 민간 선박으로 위장해 사보타주 활동을 벌이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에 대한 강력한 대응 체계 구축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서방 국가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러시아의 은밀한 해저 정찰 활동이 잇따라 포착되면서 가속화되었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달 북대서양 해저 케이블 인근에서 러시아 잠수함 3척의 정찰 활동을 추적했다고 밝혔으며, 푸틴 대통령을 향해 인프라 훼손 시도는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발트해 등지에서 가스관과 인터넷 케이블이 원인 불명으로 손상되는 사건이 빈번해지면서 해저 인프라의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해저 안보를 위협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 부분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아래에는 수많은 광케이블이 깔려 있는데, 최근 이란은 이 통로의 취약성을 부각하며 통행료 부과나 감독권 행사를 주장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지역의 해저 케이블이 물리적으로 손상될 경우 전 세계 금융 거래와 전자상거래 시스템에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 급격히 확산 중인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열풍은 해저 케이블의 전략적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들이 추진 중인 대규모 AI 허브가 전 세계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어 나를 안정적인 해저 광케이블망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해저 인프라를 보호하는 기술력은 이제 국가의 디지털 주권은 물론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안보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결국 오커스 3국의 무인 해저 차량 공동 개발은 바닷속 깊은 곳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 집단적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번 협력이 해양 영역에서의 우위를 지속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 세계 570여 개의 해저 케이블이 현대 문명의 혈관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이를 지키기 위한 수중 무인 체계의 도입은 해양 안보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