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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탈출의 대가는 트럼프 리조트?…빈 살만, 백악관 방문 앞두고 '통 큰' 선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국제적 왕따'라는 오명을 벗고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기 위한 카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가족과의 사업을 선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7일,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기업인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과 사우디의 부동산 개발사 '다르 글로벌'이 몰디브에 고급 리조트를 건설하는 합작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 발표는 빈 살만 왕세자의 백악관 방문을 불과 하루 앞두고 나온 것으로, 80개 빌라 규모의 이 리조트 사업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토큰화' 방식을 도입해 차별점을 뒀다.

 

이번 합작 사업은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며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었던 빈 살만 왕세자의 위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사우디의 인권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그를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사우디를 방문해 빈 살만 왕세자를 "믿고 싶다"며 감쌌고, 그의 중재로 시리아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걸프 지역에서 사우디의 외교적 입지를 다시 세워주는 데 기여했다. 이번 방미 역시 7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백악관은 국왕이 아닌 실무급 인사인 왕세자를 위해 국빈급 만찬을 준비하는 등 파격적인 환대를 예고했다.

 


미국이 이처럼 빈 살만 왕세자를 극진히 대접하는 데에는 명확한 실리가 깔려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하고,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F-35를 구매하기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반대로 사우디는 미국과의 굳건한 방위 협정 체결을 통해 안보를 보장받고 싶어 한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정상급 회동을 앞두고 대통령 가족의 사업이 발표되면서, 이번 만남이 순수한 외교를 넘어선 거래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무대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온 이해상충 논란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대통령의 공적인 지위가 가족의 사적인 사업 이익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는 자신의 투자 펀드에 사우디 국부펀드로부터 20억 달러를 유치했으며, 걸프 지역 국부펀드에서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또한, 아부다비의 한 투자 기관은 트럼프 가문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발행한 20억 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을 매입하기도 하는 등, 외교 관계가 가족의 사업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례는 이전부터 꾸준히 발견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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