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25m 높이에서 기둥 자르다 '날벼락'…참사 9일째, 비극의 전말

 사고 발생 9일째,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현장은 여전히 무거운 침묵과 절박함만이 감돌고 있다. 지난 6일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린 보일러 타워의 거대한 잔해 속에서 마지막 실종자 김 모(62) 씨를 찾기 위한 필사적인 구조작업이 밤낮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희망의 끈은 점점 가늘어지고 있다. 구조 당국은 빔 절단기를 비롯한 온갖 중장비를 동원해 엿가락처럼 휘고 뒤엉킨 철골 구조물을 해체하며 진입로를 확보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겹겹이 쌓인 철제 빔과 복잡한 잔해는 한 뼘의 전진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 거대한 장벽이 되고 있다. 구조대는 김 씨가 6호기 인근에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위험을 무릅쓴 채 내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현장은 그야말로 거대한 철제 무덤을 방불케 한다. 육중한 철골 구조물들이 위태롭게 얽혀 있어,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추가 붕괴로 이어져 구조대원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구조 작업은 속도보다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소방 당국은 구조기술자와 해체 전문가 등 각 분야의 베테랑들을 현장에 투입해 붕괴 구조물의 역학을 분석하며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해체 순서를 찾아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한 사람의 생존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또 다른 비극을 막아야 한다는 딜레마 속에서 구조대의 고뇌는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일, 높이 63미터에 달하는 5호기 보일러 타워가 무너져 내린 것은 순식간이었다. 당시 25미터 지점에서 낡은 구조물의 기둥을 절단하며 철거 작업을 벌이던 작업자 9명은 속수무책으로 참변을 당했다. 사고 직후 2명이 극적으로 구조되었지만, 나머지 7명은 순식간에 쏟아져 내린 수백 톤의 철골 더미 아래에 갇히고 말았다. 사고 이후 이어진 수색 작업 끝에 매몰자 7명 중 6명은 결국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이들이 한순간에 생때같은 목숨을 잃은 비극적인 현장에서, 이제 남은 마지막 한 명의 흔적을 찾기 위한 사투가 계속되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9일 밤낮을 현장 근처에서 지새우는 실종자 가족의 애끓는 기다림과 함께, 먼저 세상을 떠난 동료들을 보내야 하는 유가족들의 슬픔도 깊어지고 있다. 먼저 발견된 희생자 6명의 유가족들은 '울산화력발전소 희생자 유가족 협의체'를 꾸리고, 함께 장례를 치르는 공동 발인을 포함한 향후 대책을 논의하며 슬픔 속에서도 힘을 모으고 있다. 동료들의 장례 절차가 논의되는 동안에도 마지막 실종자의 가족은 여전히 그 어떤 것도 준비할 수 없는 잔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두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 가운데, 사고 현장의 시간은 더디게만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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