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BTS 암표만 8912건…결국 법까지 바뀌었다


콘서트 암표 거래가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암표를 규제하는 공연법이 개정돼 시행에 들어갔다. 과거에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표를 확보한 뒤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행위가 주요 처벌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정가보다 비싸게 표를 사고파는 부정 구매와 부정 판매까지 규제 범위가 확대됐다. 부정 판매자에게는 판매 금액의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준도 마련됐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는 17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달라진 공연법, 주요 변화와 향후 과제’ 포럼을 열고 최근 암표 거래 현황과 개정 법률의 주요 내용,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음공협이 2024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온라인에서 모니터링한 암표 관련 게시물은 모두 26만6291건이었다. 2024년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 동안 확인된 게시물은 1만6451건이었지만 2025년 5월부터 12월까지는 12만312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는 12만9528건이 포착됐다. 다만 이 수치는 실제 거래가 완료된 건수가 아니라 협회가 모니터링 과정에서 암표로 인지해 수집한 게시물 수다.

 

올해 들어 암표 게시물이 가장 많이 확인된 공연은 방탄소년단(BTS) 단독 콘서트였다. 1월부터 8월까지 8912건이 포착됐다. 이어 NCT DREAM이 7774건, DAY6가 6577건, NCT WISH가 5895건, 임영웅이 5145건으로 뒤를 이었다. 싸이는 4483건, 박효신은 3662건, 엑소(EXO)는 3518건, 라이즈(RIIZE)는 3237건, 위켄드는 2979건으로 집계됐다.

 


티켓에 붙은 평균 웃돈은 라이즈가 가장 높았다. 라이즈 티켓의 평균 프리미엄은 47만3658원으로 조사됐다. NCT WISH는 43만4993원, NCT DREAM은 33만5351원, 엑소는 27만8611원, 위켄드는 18만1643원이었다. DAY6는 17만5636원, 박효신은 13만8939원, BTS는 12만1734원, 임영웅은 8만7947원, 싸이는 6만8351원이었다.

 

개정 공연법에서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암표를 규제하는 목적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황승흠 교수는 기존 법이 공연장의 물리적 질서를 유지하고 예매처의 업무 방해를 막는 데 초점을 뒀다면, 개정 법은 대중의 정당한 문화 향유권과 공정한 시장 거래 질서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처벌 범위도 넓어졌다. 이전에는 매크로 등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 확보한 티켓을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경우가 핵심이었다. 이제는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정가보다 비싸게 티켓을 사고파는 부정 구매와 부정 판매가 규제 대상이 된다. 개정 공연법은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됐다.

 

제재 수단도 강화됐다. 부정 판매자의 경우 판매한 입장권의 수량과 금액 등에 따라 판매 금액의 2배에서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신고 제도도 마련됐다. 부정 구매를 신고하면 최대 5000만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고, 부정 판매 신고자는 해당 위반 행위자에게 부과된 과징금의 50% 범위에서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신고기관은 필요한 경우 티켓 판매자나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 구매·판매 내역과 구매자·판매자 정보, 정보통신망 접속 기록, 관련 게시물과 메시지 등의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부정 거래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다만 법이 시행된 지 3주 정도에 불과해 실제 암표 거래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해외 거래나 법망을 피하기 위한 새로운 수법이 과제로 꼽혔다. 국내 플랫폼을 이용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은 국내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해외 거주자가 해외에서 부정 구매나 판매를 하는 경우에는 처벌에 한계가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 플랫폼으로 거래가 옮겨가는 이른바 ‘풍선 효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우회 거래 사례도 소개됐다. 공연 티켓을 직접 판매한다고 표시하지 않고 특정 기프티콘을 판매하면서 공연 티켓을 함께 제공하는 방식 등이 거론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법 시행 초기인 만큼 새로운 거래 방식과 시장 변화를 계속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매처도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놀유니버스는 한 계정의 접속 기기를 제한하고 본인 인증을 강화하는 한편, 예매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클릭 속도나 접속 패턴 등을 분석해 의심 계정을 차단하거나 구매를 취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량 구매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구매 과정에 대한 소명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예매 전후를 관리하고 있다.

 

경찰 역시 새로운 예매 수법에 맞춰 수사 방식을 조정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예매처를 대상으로 매크로 탐지 관련 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플랫폼과의 공조도 이어가고 있다.

 

공연업계에서는 법적 규제와 함께 정상적인 티켓 구매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음공협 고기호 회장은 암표 시장으로 흘러가는 수요를 줄이기 위해 예매처뿐 아니라 공연 기획사도 함께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활용되는 좌석별 가격 차등이나 경매제, 일본의 추첨제 등이 대안으로 언급됐다.

 

개정 공연법 시행으로 암표 거래에 대한 처벌 근거는 한층 강화됐다. 다만 해외 플랫폼을 통한 거래와 법을 우회하는 새로운 판매 방식, 실제 현장에서의 단속과 예매처의 기술적 대응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실시간 주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