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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치료비 벌어야 하는데..." 화물차 기사들, 봉쇄에 눈물 흘려

 파키스탄 정부가 국제 외교 무대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 추진 중인 미국과 이란의 종전 회담이 현지 서민들에게는 가혹한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관문인 펀자브주 라와트 일대는 최근 정부의 삼엄한 보안 검색과 도로 차단으로 인해 거대한 주차장처럼 변해버렸다. 수도권 진입이 막힌 수많은 화물차는 갓길과 휴게소에 방치되었고, 운전기사들은 기약 없는 대기 시간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암 투병 중인 아들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던 기사들까지 물류 통제에 막혀 며칠째 수입이 끊기면서, 국가적 외교 행사의 이면에 가려진 민생의 비극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로 향하는 주요 간선도로에는 수백 미터 간격으로 경찰 검문소가 설치되어 삼엄한 감시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자국 내 보안 태세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대중교통은 물론 생필품을 실은 화물차의 통행까지 전면 차단했다. 이로 인해 수도권 일대 마트에서는 우유와 같은 신선식품이 동이 나는 등 물자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유통기한이 짧은 품목부터 공급이 끊기기 시작하면서 시민들은 일상적인 식생활조차 위협받는 처지에 놓였다. 정부의 보안 집착이 불러온 물류 마비가 도시 전체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는 셈이다.

 


외교적 성과를 기대했던 2차 종전 회담이 사실상 무산 기류에 접어들었음에도 파키스탄 당국은 통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란 대표단의 파견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안 수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공군기지가 인접한 라왈핀디 지역은 가장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 항공기 이착륙 보안을 이유로 인근 상가들은 강제 휴업에 들어갔고, 시외버스를 포함한 모든 대중교통 수단이 발이 묶였다. 주민들은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봉쇄 조치보다 현재의 통제가 훨씬 더 가혹하고 비합리적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도권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인 '라자 바자르' 역시 정부 통제의 직격탄을 맞았다. 평소라면 인파와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뤘을 시장 골목은 손님의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이다. 수입 과자 등을 취급하는 도매상들은 중동 전쟁 여파로 물건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주말 영업까지 강제로 중단시키자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마을버스와 릭샤 운전사들 또한 손님이 없어 길가에 차를 세워둔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이는 지역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상인들의 고통은 영업시간 제한과 과도한 벌금 체계로 인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부촌인 바리아 타운의 음식점주들은 2주째 이어지는 야간 영업 제한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밤 10시가 되면 경찰이 순찰하며 강제로 영업을 종료시키고, 이를 어길 시 서민 한 달 수입에 맞먹는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에너지 위기로 인한 잦은 정전과 가파르게 상승한 관리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상인들의 인내심은 한계치에 도달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참다못한 업주들이 거리로 나와 소규모 시위를 벌이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파키스탄 정부가 국제 사회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벌이는 외교전이 정작 자국민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보안을 이유로 한 무차별적인 통제는 물류 마비와 물가 상승, 그리고 서민 경제의 붕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회담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계속되는 강압적인 행정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국가의 위상을 높이려는 외교적 야심이 국민의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외면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파키스탄 사회가 직면한 깊은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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