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술 안 마시는 Z세대, 대학가 상권은 초토화

 대학가의 밤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신입생 환영회와 개강총회가 한창인 3월이지만, 과거처럼 술병이 테이블을 가득 채우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부어라 마셔라'로 대표되던 대학 음주 문화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건전하고 효율적인 소통 방식이 대체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대학 내 모임 문화가 근본적으로 변화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건강과 자기 계발을 중시하는 20대의 가치관이 더해지면서 음주를 멀리하는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대학생들은 이제 과음으로 다음 날을 망치는 것을 '비효율적'이라 여기며, 술자리에서도 자신의 주량을 지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가 상권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신촌, 안암 등 주요 대학가에서 수십 년간 자리를 지켜온 주점들은 급감한 주류 매출에 시름이 깊다. 한때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루던 거리는 자정이 넘으면 한산해지고, 단체 손님이 와도 술 대신 음료를 마시는 테이블이 대다수다. 실제 통계에서도 주점 카드 결제 건수와 가맹점 수가 급감하는 등 위축된 상권의 현실이 드러난다.

 

학생들의 인식 변화는 명확하다. 이들은 술을 강권하는 문화를 '구식'으로 치부하며, 술을 못 마시면 콜라나 무알코올 음료를 마시는 분위기를 선호한다. 과거 대학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사발식' 같은 과음 문화는 이제 옛이야기가 되었다. 대신 카페나 보드게임방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도수가 낮은 하이볼 한 잔을 앞에 두고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와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와 같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있다. 건강을 위해 의도적으로 술을 멀리하고,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려는 젊은 세대의 성향이 음주 문화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20대의 하루 평균 주류 섭취량은 1년 새 30% 이상 급감해 60대보다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생존의 기로에 선 대학가 주점들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단순히 술을 파는 공간이 아닌, 맛있는 안주와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맛집'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것이다. 사진 찍기 좋은 무알코올 칵테일을 개발하고 다양한 논알코올 음료를 구비하는 등 새로운 생존 전략을 짜고 있지만, 급변하는 생태계 속에서 과거의 매출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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